논평정부의 차등의결권 도입 논의 신중해야

작성일시: 작성일2018-02-01   
1. 엊그제(1/30)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국회 4차 산업혁명 특별위원회에 출석하여 한 위원의 질의에 대해 “코스닥에 상장하는 중소벤처기업에 차등의결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법무부와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개혁연대(소장 :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창업기업 활성화 및 혁신시장 생태계 개선이라는 정부의 정책방향에는 동의하지만, 그것이 꼭 차등의결권 도입과 같이 창업가 내지 지배주주의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통해서 실현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다. 현 시점에서 차등의결권이 극히 제한적으로 도입되더라도 이것이 먼 미래에 우리나라 상장 기업의 지배구조와 산업 생태계에 미칠 파급효과가 매우 큰 만큼 매우 신중히 결정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2. 김상조 위원장은 현재 코스닥에 상장되는 중소벤처기업의 경우 외부 펀딩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지만 기존 창업자가 경영권 상실의 위협 때문에 기업공개에 주저하거나 적극적으로 펀딩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하며, “우리의 혁신시장 생태계를 개선하기 위해 제한된 범위 내에서 차등의결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협의 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는 대선공약과 국정과제를 통해 경제성장의 패러다임을 대기업 중심에서 중소·벤처기업 중심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하고, 그 중점 과제의 하나로 “창의적 벤처기업과 혁신적 창업자 육성”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부처가 그 정책방향을 따르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금융당국이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중점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성장 지원과 코스닥 시장 활성화라는 공통된 정책목표의 이행을 위해 차등의결권의 도입 가능성을 열어놓았을 것으로 추측할 수도 있다.

3. 하지만 과연 현재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에 기반 해서 나온 발언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우리나라 상장회사를 대상으로 이루어진 적대적 인수합병 건수가 사실상 전무하다는 것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영권 위협 때문에 외부로부터 자본 조달하는 것을 꺼린다는 것은 결국 외부 주주의 의견을 듣지 않고 독단적으로 경영을 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물론 외부주주의 의견이 틀릴 수도 있고, 때로는 이들의 반대로 정말 필요한 투자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 때문에 2011년 상법 개정을 통해 도입된 것이 의결권이 배제되거나 제한된 주식이다(상법 제344조의 3). 즉, 이익배당이나 잔여재산분배에 있어서 우선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의결권조차 없는 주식의 발행을 허용해준 것이다. 차등의결권제도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이 제도의 도입은 확실히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지적하고자 하는 점은 법 개정 이후 6여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무의결권 주식을 발생해서 외부자금을 조달하는 중소벤처기업은 거의 전무하다는 점이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경영권 위협이 코스닥 상장을 꺼리는 이유가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4. 또, 이번 발언이 차등의결권제도 도입에 따른 장기 파급효과를 충분히 고려하고 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상장 이전 시점에 있는 중소벤처기업에 한해서만 정관 개정을 통해 차등의결권제도를 도입할 수 있게 했다고 하자. 이들 기업이 상장 후 성장해서 나중에 대기업이 되면 그 지배주주 일가가 본인들의 복수의결권을 자발적으로 포기할 것으로 믿고 있는가? 먼 훗날 결국 우리나라 대형 상장법인들은 차등의결권제도를 통해 참호를 구축한 창업자 후손들이 황제경영을 하며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부를 대물림 받는 가장 후진적인 기업지배구조를 갖게 될 것이다. 또, 이들 대기업들이 지배하는 산업생태계는 어떻게 될까? 기업들이 오로지 실력으로 승부를 거는 생태계가 아니라 결국 대기업이 중소벤처기업을 착취하는 생태계가 되지 않겠는가. 제한적으로 1회에 한하여 차등의결권을 허용해 주더라도 이러한 우려는 현실이 될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한 몇몇 소수 기업들이 현재 재벌의 문제점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는 결코 틀린 전망이 아닐 것이다.

5. 정부는 현재 추진 중인 정책목표에 매몰되어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해서는 절대 안 될 것이다. 김상조 위원장의 차등의결권 허용 검토 발언은 철회되어야 마땅하다. 끝.
 
전체: 2,179개 (1/146페이지)
보도자료 목록
제목 날짜
한진 총수일가 갑질 사태, 이사회 정상화 및 CEO 승계 시스템 마련의 계기 돼야 new 2018-04-26
「MB정부 4대강사업 재평가 및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추궁 방안」토론회 2018-04-24
정부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전경련 측 인사 배제하고 전경련 해산에 대한 입장 밝혀야 2018-04-24
경제개혁이슈 2018-4호, 「사업보고서등의 부실기재 현황 및 개선방안」 발표 2018-04-18
㈜효성의 분할계획 안건, 내용과 형식 모두 문제점 드러내 2018-04-11
경제개혁이슈 2018-3호, 「그룹별 지배구조 개선안의 내용 및 향후 과제」 발표 2018-04-10
국민연금의 일관성 없는 의결권 행사, 명확한 기준 없다면 시장 혼란만 초래할 것 2018-03-23
경제개혁이슈 2018-2호,「이재용 항소심 판결의 전망과 과제(1) - 경영권 승계작업편」발표 2018-03-20
최중경 공인회계사회 회장은 모든 사외이사직에서 물러나야 2018-03-19
경제개혁연대⋅플랜다스의계, 4대강 공사 입찰담합 관련 4개 건설사 대표소송을 위한 주주모집 2018-03-16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롯데 신동빈 회장, 모든 이사직에서 사임해야 2018-03-15
한국거래소에 ㈜효성 주권 분할재상장예비심사 결과 관련 공개질의 2018-03-14
정부는 전경련 설립 허가 취소하라 2018-02-14
<이재용 부회장 항소심 판결 규탄> 긴급 간담회 개최 2018-02-07
법원의 무리한 ‘이재용 구하기’, 사법질서 근간 흔들어 2018-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