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국민연금의 일관성 없는 의결권 행사, 명확한 기준 없다면 시장 혼란만 초래할 것

작성일시: 작성일2018-03-23   

국민연금, KB금융 주주제안 사외이사 및 정관변경안 반대, 적정비율 사외이사 구성 이유?
‘노조 추천 사외이사’선임 관련 4개월 만에 다른 기준 적용하여 논란 자초


1. 오늘(3/23) 열리는 KB금융지주 주주총회와 관련, 엊그제(3/21) 국민연금기금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이하 “의결권 전문위”)는 노조가 주주제안 한 정관 변경안 및 권순원 사외이사 후보 선임 안건에 대해 모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사외이사 후보 주주제안의 경우에는 작년 11월 임시주총 이후 두 번째인데, 작년에 ‘찬성’ 의결권을 행사했던 국민연금이 이번에 ‘반대’로 돌아선 것을 두고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이라는 사실상 동일한 사안에 대해 국민연금이 4개월 만에 입장을 바꾼 것에 대하여 보다 명확한 해명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한다.


2. 먼저, 의결권 전문위는 KB금융 노조의 정관변경 주주제안 대해 반대하기로 결정했다. 정관변경안 중 ‘일정 요건 공직자 또는 당원 경력 이사 선임 제한’의 경우 이미 공직자윤리법 등에서 제한되고 있으므로 이보다 강화된 기준을 별도로 정관에 기재하는 것은 이사의 선임을 지나치게 제한할 우려가 있고,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를 사외이사만으로 구성하는 것은 “독립성과 전문성을 고려하여 적정비율의 사내이사, 사외이사로 구성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침의 취지를 고려”한 것이라고 각각 이유를 설명했다. 그런데 후자와 관련하여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지침에 따르면, “사외이사의 비중을 높이는 안에 찬성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낮추는 안에 반대”하도록 정하고 있으며(지침 II-2 11), “이사추천위원회에서 사외이사 비중을 높이는 안에 찬성”하며(지침 II-2 13 ②), “감사위원회의 사외이사 비중을 정당한 사유 없이 낮추는 안에 반대”한다고 각각 규정하고 있다(지침 II-3 18). 지침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사추위가 적정비율의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로 구성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지침의 취지라는 의결권 전문 위의 해석에 대해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오히려 사추위 구성을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하는 것이 지침의 취지에 더 가까운 것으로 볼 수 있다. 


3. 의결권 전문위는 특히 관심이 높았던 ‘노조 추천 사외이사’ 후보(권순원 교수) 선임의 건에 대해서도 ‘반대’했는데, 그 이유는 “KB금융지주 이사회의 구성상 주주제안에 따른 주주가치 제고가 불분명하고, 적정비율의 사외이사 구성이라는 의결권 지침의 취지 등을 감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국민연금은 4개월 전인 2017년 11월 20일 KB금융지주 임시주총에서 노조가 주주제안 한 사외이사 후보(하승수 변호사) 선임 안건에 대해 ‘찬성’ 의결권을 행사한 바 있다. 당시 찬성의 이유는 의결권 지침에서 정한 4가지 유형의 사외이사 결격사유에 모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물론, 당시 국민연금은 의결권 전문위가 아닌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의결권행사 방향을 결정했는데, ‘찬성’ 의결권 행사 이후 ‘정권 눈치 보기’ 아니냐는 일부 논란이 일자 외압은 없었고 “앞으로 비슷한 사안에 대해서는 아무런 정치적 고려 없이 지침과 절차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 4개월 동안 의결권행사 지침의 개정은 없었고, 의결권행사 결정의 주체만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회에서 의결권 전문위로 바뀌었을 뿐이다. 이번 의결권 전문위의 결정 이유를 살펴보면, 주주가치 제고가 불분명하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하지 않고, ‘적정비율 사외이사 구성’이 의결권 지침의 취지인지도 납득하기 어려우며, 설령 그렇게 해석 가능하더라도 어떤 사외이사 후보자가 더 적절한지 등 납득할만한 사유를 언급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번 의결권 전문위의 ‘반대’ 결정은 의결권행사 지침의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4. 국민연금 의결권행사 주체와 관련하여 기금운용본부 외에 의결권 전문위에도 결정권을 부여한 것은, 단순히 찬반 의결권 행사를 결정하기 곤란한 경우뿐만 아니라, 사안이 중대하거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 국민연금이 부담하기 어려운 사안에 있어 절차적 정당성을 더 갖춘 기구에 위임하는 것이 국민연금의 정당성 내지 신뢰 확보에 더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사안에 대해 기금운용본부가 자체 결정하지 않고 의결권 전문위에 의견을 구한 것은 올바른 선택이었다고 판단된다. 또, 기금운용본부가 과거에 의결권행사 지침 상 잘못된 판단을 했다면 의결권 전문위가 이를 바로 잡는 것 또한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정반대의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당연히 바뀐 결정의 이유와 근거를 의결권행사지침과 그 세부기준에 입각해서 납득할 수 있은 수준으로 상세히 설명했어야 한다. 하지만 의결권 전문위는 올해 3월 주주제안이 다시 제기될 것이 예견되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작년 11월 KB금융지주 임시주총 이후 4개월 동안 의결권 행사지침을 개정하기 위한 아무런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고, 이번에 내놓은 근거는 현행 의결권행사 지침에 입각했을 때 전혀 납득할 수 없는 수준의 내용이라고 판단된다. 이렇게 의사결정 기구에 따라 자의적으로 다른 판단을 한다면 누가 국민연금의 결정에 납득할 수 있겠는가? 오히려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기금운용본부와 의결권 전문위에 각각 로비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등 시장 혼란만 부추기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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