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삼성물산의 이사회 중심 경영, 외형보다 실질이 중요

작성일시: 작성일2018-05-03   

사추위 사외이사 비율 100%라지만 윤창현 위원장의 독립성 기대하기 어려워 
보상위원회와 거버넌스위원회도 실질적으로 기능하는지 의문
 


1. 삼성물산은 2015년 이후 ‘이사회 중심 경영’을 표방하며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해왔다. 제일모직과의 합병이 이재용 부회장 3세 승계를 위해 주주가치를 훼손한다는 비판을 받고 실제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내놓은 주주친화정책의 일환이다. 2015년 9월 거버넌스위원회 신설,  2016년 CEO와 이사회 의장의 분리를 위한 정관개정에 이어 올해부터는 CEO와 이사회 의장의 분리 선임, 이사회 내 위원회의 전원 사외이사 구성 등을 통해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삼성물산 측의 설명이다. 실제로 삼성물산은 경영위원회, 감사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하 사추위), 내부거래위원회, 보상위원회, CSR위원회 등 6개 위원회 중에서 경영위원회를 제외한 나머지 5개 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하였다.


2. 이사회의 역할과 독립성을 강화하는 것은 지배구조의 핵심으로 바람직한 방향이며,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에서도 권고하고 있는 CEO와 이사회 의장의 분리, 위원회 전원 사외이사 구성 등의 조치는 지배구조 개선 노력으로 평가할만하다. 그러나, 이러한 외형적 변화에 비해 내용적 혁신을 뒷받침할 인적 쇄신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삼성물산의 지배구조 개선이 실질을 갖추기보다는 ‘보여주기’를 위한 형식에 치중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3. 우선, 최치훈 이사가 대표이사에서 물러나 이사회 의장직만 맡게 되면서 경영과 이사회를 분리하였다고 하는데, 과연 실질적 분리가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이사회 의장 제도의 정착을 위해 사내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 연착륙이 필요하다는 점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으나, 최치훈 이사가 그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영입한 최측근으로 알려진 최치훈 이사가 지배주주와 경영진을 견제하며 이사회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사회 중심 경영 방침의 직접적인 배경이 된 사건이 제일모직과의 합병이고, 여기에 가장 책임이 있는 사람이 바로 최치훈 이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치훈 이사의 연임과 이사회 의장 선임이 주주들을 위한 결정이었다고는 볼 수 없다.

4. 최근 사추위 위원장으로 윤창현 사외이사가 선임된 것 역시 삼성물산의 지배구조 개선에 부정적인 요인이 아닐 수 없다. 윤창현 이사는 2012년 3월 합병 전 삼성물산에서 사외이사로 최초 선임되어 7년째 장기 재직하고 있다. 제일모직 합병 당시에는 이사회에서 합병안건에 찬성하는 것을 넘어, 경영진과 주주들 사이에 의결권 대결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경영진을 적극 대변하고 지배구조 문제가 아니라 실리를 따지라며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을 압박하기도 했다. 사외이사로서 윤창현 이사의 자격은 이미 검증된 바이고, 국민연금도 “주주가치 훼손에 대한 감시의무 소홀”을 이유로  반대하였으나 삼성물산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윤창현 이사의 두 번째 연임을 강행하여 통과시켰다. 현재 사외이사 5명 중 4명은 합병 전 삼성물산 또는 제일모직 시절 선임된 이사들로, 합병 이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된 경우는 올해 필립 코셰 이사가 유일하다. 앞으로 독립적 사외이사의 선임 등 이사회 인적 쇄신이 지배구조 개선의 성패를 좌우하게 될 것인데, 윤창현 이사가 사추위원장으로서 제대로 된 혁신을 이루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5. 위원회의 실질적인 기능도 문제다. 삼성물산은 2014년 3분기에 보상위원회를 신설하였고, 2015년 합병 직후에는 거버넌스위원회도 설치하였다. 그런데 실제 운영 현황을 보면 위원회 도입 취지에 부합하지 못하는 형식적인 운영에 그치고 있다. 삼성물산 홈페이지에 게재된 설명에 따르면(보상위원회 규정은 공개되지 않음), 보상위원회는 등기이사 보수한도에 관한 사항, 등기이사 보상체계에 관한 사항, 기타 이사보수 관련 이사회에서 위임한 사항 등을 ‘결의’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 2015~2017 3년간 보상위원회에서 처리한 안건은 주주총회 이사 보수한도 사전 심의, 위원장 선출 등 두 가지뿐이고, 그 외 활동은 반기별 평가와 성과급 지급 계획을 보고받은 것 밖에 없다. 거버넌스위원회도 이와 유사한 문제가 있다. 사외이사 3명과 외부인사 3명으로 구성되는 거버넌스위원회는 이사회 내 위원회가 아니며 자문위원회에 가깝다. 그나마 신설 직후인 2016년에는 다섯 차례 회의를 열어 중요한 경영사항 사전 심의, 주주권익보호 활동 보고 등을 진행했으나, 2017년에는 두 차례 회의를 개최하여 위원장과 주주권익보호 담당위원을 선임한 것 외에는 ESG 평가결과를 보고받은 것이 전부다. 권한과 책임이 불분명하고 실질적인 기능이 없는 위원회는 장식용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삼성물산이 이사회 중심 경영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고자 하는 진정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외형적 변화에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인적 쇄신을 통한 이사회 구성의 혁신, 위원회의 권한과 기능 강화 등 실질적인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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