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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선에도 경제민주화는 여전히 유효

대통령 탄핵 인용과 함께 우리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할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 40여년간 고착된 정경유착 등 적폐를 청산하고, 특히 최근 4년 또는 그 이상 기간 동안 추진되어 온 성장일변도의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궤도 수정과 글로벌 시장의 변화에 따른 방향 설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우리는 5년마다 시대정신을 담은 거대담론적 공약들을 들어왔으나 그 실천은 획기적이지 못했다. 따라서 이번 조기 대선에서는 시민의 삶을 고민하며 나아지게 만들 수 있는 정책들이 중심 화두가 되어야 한다. 유권자들은 어떤 주자의 공약이 지금 당장 내 생활에 도움을 줄 것인지를 고민하고, 계산하여 표를 던질 개연성이 높다.

학원비, 월세와 등록금, 가계부채와 노후 걱정 등으로 현실을 개탄하고 한숨짓는 국민들이 4년 전과 비교해 더욱 증가했다. 뼈 빠지게 일을 해도 늘어만 가는 빚더미 속에 언제 폐업할지 걱정돼 전전긍긍하는 골목상권, 600만명이 넘는 비정규직 종사자들의 차별대우 등은 바뀌지 않았다.

이처럼 당장의 고통이 클수록 국민들은 또다시 기만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솔깃한 공약에 표를 던질 개연성이 크다. 미래 희망보다는 현실의 궁핍 해결이 우선이고 명분보다는 실리에 기울어지기 쉬운 것이 대중의 일반현상이라는 점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약 1년 전 필자는 총선 경쟁의 핵심 어젠다는 경제민주화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주장은 이번에도 유효하다. 켜켜이 쌓인 적폐 청산의 출발점은 경제민주화가 되어야 한다. 2012년의 시대정신인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 달성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경제민주화 입법화는 적폐 청산과 경제 살리는 기본규칙을 재구축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재벌개혁을 위한 상법과 총수일가 등 경영진 불법을 엄단할 특경가법, 경제력 집중을 통제할 공정거래법, 경제적 강자의 갑질을 막을 하도급법 등의 개정이다. 이처럼 중차대한 기본과제들은 모든 주자들이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지만 국민들에게는 차별화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대선주자들의 경제민주화 관련 공약은 상층의 법제도와 현장의 행위, 그리고 국민의 마음속을 아우를 수 있도록 더욱 세련되어야 한다. 즉 지역밀착형, 생활밀착형 경제민주화를 제시해야 한다. 지방정부 차원의 경제민주화를 잘 정리해 광역 및 기초 지자체별 공약으로 제시해야 하고, 특히 개인 맞춤형으로까지 전달할 필요가 있다.

필자가 검토해 본 지방정부의 경제민주화 가운데는 특히 서울시의 사례가 참고할 만하다. 지난 2월 서울시는 ‘경제민주화 도시 서울’ 1주년을 맞아 그동안의 정책들을 평가하고 향후 과제들을 제시했다.

상생·공정·노동 3개 범주의 23개 세부과제에 대한 과제별 성과 및 보완방향, 그리고 신규 과제 및 그 내용을 보여주었다. 일부 보완해야 할 분야도 있으나 처음보다는 내용적으로 충실해졌고, 양적으로도 확대돼 생활밀착형 경제민주화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경제민주화와 그 정책에 대한 의구심을 버리지 못했으나 서울시의 정책은 의구심을 잠재우기에 충분해 보인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철학과 세부 정책 및 추진 의지는 야당이 우월하지만, 이를 활용하는 기술은 2012년에 보았듯이 야당이 당시 여당보다 서툰것이 사실이다. 경제민주화 정책이 내 생활과 우리 모두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뒤틀린 경제구조와 사회구조를 바로잡고 공정사회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은 경향신문 3월 24일자에 실린 글로 필자의 양해를 얻어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