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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대한 입장 밝히고 개편안 논의에 착수해야
이번 정부조직개편안에서 제외되었으나 2차 개편에는 반드시 반영되어야 할 것

1. 지난 5일 정부는 당정협의를 통해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효율적인 금융관리·감독체계 구축을 위해 금융정책과 금융감독, 금융소비자보호 기능을 분리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어 이번 조직개편에 어떻게 반영이 될지 관심이 모아졌으나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관한 내용은 제외되었다. 이번 조직개편은 “시급한 현안 해결을 위한 최소한의 수준”이라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고, 내년 지방선거 이후에 2단계 정부조직개편이 추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경제개혁연대(소장 :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새 정부가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각계 의견 수렴을 통해 방안을 마련하여 다음 조직개편에 이를 반영할 것을 촉구한다.

2. 금융감독체계 개편의 필요성은 이미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1998년 4월 기존의 은행감독원과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을 합친 통합금융감독기구로 출범할 당시에만 해도 금융감독위원회는 금융감독원의 최고 심의‧의결기구로서 이에 필요한 최소 인원만 사무국으로 두어 운영하도록 하였으나, 이후 금감위 사무국의 위상이 강화되면서 금감위와 금감원 간 업무 분장의 모호함과 비효율성, 감독 업무의 독립성 훼손 등이 문제로 제기되었다. 이는 2004년 카드대란 사태를 통해 확연히 드러난 바, 당시 금융산업 정책과 금융감독 정책 및 집행 기능이 재정경제부와 금감위, 금감원 등에 혼재된 상태에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였고 경기부양 등의 정책목표가 우선됨에 따라 카드회사 건전성 감독이 부실해진 것이 카드대란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이에 정부 차원에서 감독체계 개편 논의가 진행되었으나 금감위는 금융감독기구의 정부조직화를, 금감원은 공적민간기구화를 주장하며 대립, 결국 금감위와 금감원의 업무 분장 논의로 문제가 봉합되었는데 그 결과는 금감위 사무국의 권한을 보다 강화하는 것이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아예 재정경제부의 금융정책 기능과 금감위를 통합하여 금융위원회를 설치, 금융산업 및 금융감독 정책을 모두 담당하게 하였다. 카드대란에서 드러난 문제의 핵심은 금융산업 정책에 감독 기능이 종속되는 ‘관치금융’이었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두 기능을 통합함으로써 감독 업무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관료조직에 더욱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여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될 수 없도록 만든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결국 2011년 저축은행 사태로 현실화되었고, 박근혜 정부에서 다시 금융감독체계 선진화 TF가 구성되어 개편논의를 진행했으나, 2013년 발표된 TF논의 결과는 ‘금융정책과 감독정책의 분리는 담당기관 간 조직개편이 아니라 협조체계를 구축하는 것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었다. 다만, 금융소비자 보호기구를 금감원과 분리하여 설립한다는 방안이 포함되었다.

3. 금융감독체계 개편과 관련하여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것은 금융산업정책 기능과 금융감독 기능을 분리하는 것이다. 관치금융 논란이 끊이지 않는 금융위원회에서 금융정책 기능을 떼어내 금융감독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금융정책 기능이 제외된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위원회로 명칭을 변경하고 금감원 내부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위상을 분명히 해야 한다. 또한, 당장의 조직개편은 어렵더라도 최소한 금융위원장이 금융감독원장을 겸임하도록 함으로써 감독현장에서의 의견이 감독규정의 제·개정 작업에 보다 즉각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금융정책 기능을 현재의 기획재정부로 이관할 경우에는 기획재정부에 과도한 권한이 집중되는 문제가 있으므로 예산과 기획조정 기능을 담당하는 부처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감독업무를 집행하는 금감원의 위상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금감원을 민간공적기구로 만들어 전문성을 강화하고 정부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에는 원칙적인 수준의 합의가 있으나, 민간기구화할 경우의 위험성, 즉, 자기 권력화와 부패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민간공적기구화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판단한다면 금감원의 내부 통제와 자기 규율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을 전제로, 구체적인 일정 계획을 가지고 단계적으로 추진해나가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금융소비자보호기구 역시 시급히 설립되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으나 그 위상과 금감원과의 권한 조정이 쟁점이다. 쌍봉형, 소봉형, 단봉형 등 다양한 입장이 있고 이해관계가 얽혀 논의가 복잡하지만, 핵심은 두 감독기관의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가장 잘 작동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다.

이외에 한국은행(금융통화위원회), 금감원(금감위), 금융소비자보호기구, 예금보험공사 등으로 이루어진 유관기관 법정 협의체(예컨대, 금융감독및안정협의회)를 설치하여 법령 제·개정, 공동검사, 정보공유 등에 있어서의 협력을 강화하고, 금융시스템 위험을 관리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4. 관치금융과 감독체계의 비효율성 문제는 금융시장의 발전을 저해하고 불특정 다수 금융소비자들의 피해로 귀결된다. 대규모 피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에서 10년 넘게 논란이 되어 왔지만 번번이 미봉책으로 마무리된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가 새 정부에서는 반드시 유의미한 결론을 내고 근본적인 개혁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끝.


논평 원문(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