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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특혜 논란으로 신뢰 훼손된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의 독립성 확보하는 계기로 삼아야
청와대의 압력행사 과정과 기금운용본부 의결권행사체계의 문제점 고스란히 드러나
재판에서 드러난 공무원들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해 추가기소 또는 인사조치 있어야
스튜어드십 코드 채택하여 국민의 노후자금을 관리하는 수탁자로서의 책임 다해야

1. 어제(11/14) 서울고등법원 제10형사부(재판장 이재영 부장판사)는, 국민연금에 대해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것과 관련하여 재판중인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의 항소심에서 각각 징역 2년 6개월 형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이번 항소심 판결은 청와대 관계자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이 사건 합병 안건에 대한 국민연금공단의 의결권행사 문제를 잘 챙겨보라’고 지시하였다”는 증언 내용이 새롭게 드러났다.

경제개혁연대(소장 :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국민연금공단의 의사결정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 사실이 확인된 점은 큰 의미가 있다고 판단하며, 이것이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항소심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에 핵심 증거로 채택되기를 기대한다. 또한, 이번 항소심 판결은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에 관한 의사결정 과정을 매우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는 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의사결정 시스템에 상당한 문제점이 드러난 것도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아 국민연금 주주권행사의 독립성이 강화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2. 이번 항소심 재판을 통해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하기까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는 다음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첫째, 문형표 전 장관과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합병의 건이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서 의결하는 것이 정상적인 절차임을 알면서도, 위원 별 접촉 결과 찬성을 확신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우회하여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 주도로 투자위원회에서 안건 심의한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이는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한 문형표 전 장관이 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위원회인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를 무력화 시키고 존재 이유를 부정한 초유의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둘째, 국민연금 투자위원회가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 안건을 회부하는 방식을 변경한 사실이 확인되었다. 종래 투자위원회에서는 전문위원회 회부 여부를 주문에 기재하여 위원들의 거수로 결정했는데, 유독 삼성물산 합병 건에 있어서는 규정을 엄격히 적용한다는 명분으로 전문위원회 회부 여부가 아니라 합병안건 자체에 대해 찬성/반대/중립/기권 중 하나를 선택하는 이른바 ‘오픈식 표결방식’을 고안해냈다. 이 방식에 따르면 어느 한쪽으로 의견이 모아지지 않을 경우 전문위에 안건을 회부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전문위에 안건 회부를 하지 않기 위한 꼼수로밖에 볼 수 없다. 이러한 행태를 없애기 위해서는, 향후 의결권행사와 관련하여 국민연금 내 안건회부 방식에 관한 일관된 원칙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셋째, 삼성물산 합병의 시너지 효과 보고서 조작이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다. 기금운용본부 리서치팀은 당초 합병의 시너지 효과 분석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았으나, 보건복지부가 합병시너지의 계량화가 가능한지 문의함에 따라 자체 산정한 합병비율 1 (제일모직) : 0.46 (삼성물산)과 비교했을 때의 국민연금 손실 1,388억원을 상쇄시키기 위해 추가적인 합병시너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리서치팀장은 팀에 지시하여 향후 10년간의 매출증가율 등 수치를 임의로 선택하여 합병비율에 따른 손실을 상쇄하기 위해 필요한 2조원에 근접하는 수치를 만들어 냈다. 즉, 삼성물산 합병의 시너지 효과 분석은 객관적 근거 없이 조작된 것이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넷째,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중요 사안에 대해 수시로 보건복지부 담당 부서에 보고를 하고, 보건복지부는 장관의 명령을 국민연금공단에 그대로 전달하면서 압박하는 내용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이번 재판을 통해 문형표 전 장관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한 보건복지부 소속 공무원들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를 보건복지부에 전달한 청와대 공무원들의 부적절한 행위가 고스란히 적시되어 있는 바, 행위의 경중을 가려 검찰이 추가 기소를 하거나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한 인사조치가 반드시 따라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3. 결국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건에 대한 찬성 결정은 대통령의 지시로, 국민연금을 관리⦁감독하는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장관이 권한을 남용하여 부당하게 국민연금공단에 의결권 행사의 내용과 방향을 지시하고, 국민연금공단은 이를 충실하게 수행한 초유의 사태로 정리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의 경우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리혐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드러났기 때문에 문형표 전 장관과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에 대한 형사처벌이 가능한 상황이지만, 향후 이와 유사한 정치권의 부당한 압력이 재연될 경우 과연 국민연금공단이 거부할 수 있겠는가 하는 문제점이 남게 된다.

경제개혁연대는 국민의 소중한 노후재산을 관리하는 국민연금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정치권 등 외풍에 흔들림 없이 독립적인 주주권 행사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이에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를 서둘러 채택하여 수탁자로서의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특히, 코드의 두 번째 원칙(“이해상충의 해소”) 준수와 관련하여 대통령 또는 보건복지부의 이해 때문에 국민연금의 이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를 위해 의결권행사 안건의 회부를 기금운용본부에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 부여하는 등 권한 강화와 이를 뒷받침하는 법적 근거마련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끝.

논평 원문(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