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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섀도보팅 대안 요구 전에 주주총회 활성화 위해 최선의 노력했는지 생각해 봐야
재계, 섀도보팅 일몰 연장 또는 대안으로 의결정족수 규제 완화, 3% 룰 폐지 등 요구
정부와 법원, 감사 및 감사위원 선임에 문제없도록 규정 해석중, 사실관계 왜곡 말아야
섀도보팅 일몰을 빌미로 지배주주 영향력 확대하려는 상법 개정 시도 중단해야

1. 언론보도에 따르면, 정부의 섀도보팅(shadow voting) 폐지 관련 용역 결과 한시적으로 현행제도를 유예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하여 재계는 2016년 기준 상장회사의 주주총회에서 섀도보팅을 요청한 비율이 31.2%(유가증권 26.1%, 코스닥 37.8%)였다며, 주주총회 결의의 어려움을 이유로 섀도보팅의 유예기간 연장, 주주총회의 보통결의 정족수 계산시 ‘발행주식총수의 1/4 이상’(특별결의는 1/3 이상) 요건 삭제 또는 완화, 더 나아가 감사 및 감사위원 선임시 3% 대주주 의결권 제한 재검토까지 주장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소장 :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재계가 섀도보팅 일몰에 따른 대안을 요구하기에 앞서, 지난 3년간 주주총회 정상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재계는 섀도보팅 폐지에 따른 시장 혼란을 과장하고 있으며, 3% 의결권 제한 때문에 감사 및 감사위원 선임을 못하게 된다며 일부 사실관계까지 왜곡하고 있다. 재계가 섀도보팅 일몰을 빌미로 지배주주의 주주총회 장악을 보다 쉽게 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2. 섀도보팅(shadow voting) 제도는 상장회사가 요청하는 경우 예탁결제원이 주주총회 참석주주의 찬반비율에 따라 예탁된 주식의 의결권을 행사함으로써,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의결정족수를 채우는 방법이다. 그러나 섀도보팅은 주주총회의 참석률이 저조한 우리나라에서 대주주의 경영권 강화수단으로 악용된다는 비판을 받아 2013년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폐지하기로 하였으나, 2015년 1월 폐지를 앞두고 재계의 준비부족을 이유로 전자투표제 및 의결권대리행사 권유를 실시하는 회사에 한하여 그 유예기간을 올해 말까지로 연장한 바 있다.

20대 국회에서는 섀도보팅 유예기간을 「주식·사채 등의 전자등록에 관한 법률」(전자증권법) 시행일 전까지로 한시적으로 연장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의안번호 9457호). 전자증권법은 2016.3.22. 제정 공포되었고, 공포 후 4년을 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날부터 시행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섀도보팅을 최대 2020년 3월까지 유예할 수 있는 개정안이다. 동 개정안의 제안 이유로는, 상장회사의 섀도보팅 의존율이 여전히 높아 의결종족수를 채우기 어렵고, 특히 상법상 감사 및 감사위원의 선임시 대주주 의결권 3%로 제한(3% rule)됨에 따라 주주총회에서 감사 및 감사위원을 선임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등 기존 주장과 완전히 동일하다.

그러나 자본시장법의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는 섀도보팅제 폐지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소액주주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이미 폐지하기로 결정했다가 유예된 것”이라며, 섀도보팅 폐지가 예정된 상황에서 기업들이 미리 대비했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주 금요일(12/1)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는 “섀도보팅 폐지로 주주총회 소집이 안 돼서 감사, 감사위원을 구성하지 못하더라도 곧바로 관리종목이나 상장폐지가 안 되도록 하겠다”며 재차 섀도보팅 폐지 의사를 내비쳤다.

3. 경제개혁연대는 단순히 상장사의 섀도보팅 요청이 많았다는 사실이 유예기간 연장의 논거가 될 수 없으며, 실제 올해 말 섀도보팅 제도가 일몰되더라도 그에 따른 혼란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먼저, 현재 유가증권 상장회사 중 최대주주 등이 보유한 지분이 보통결의요건 기준인 25%를 초과하는 기업은 약 85% 가량으로 확인되는바, 회사가 주주들에게 주주총회 참석을 적극 독려하는 경우 실제 의결정족수 요건이 문제가 되는 경우는 많지 않을 수 있다. 코스닥 상장회사도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재계가 집중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섀도보팅이 폐지될 경우 3% rule 때문에 감사 및 감사위원을 선임하지 못하게 될 우려는 정확한 사실관계에 근거한 주장이라 보기 어렵다. 현재 법무부 유권해석과 대법원의 판결에 따르면 자사주뿐만 아니라 의결권이 제한되는 주식도 ‘발행주식총수’에서 제외하고 있기 때문에, 재계가 주장하듯이 3% 의결권 제한 때문에 감사 및 감사위원을 선임하지 못하는 일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이를 토대로 지배주주일가 지분율 별 필요한 외부주주의 참석 지분 비율을 계산해 본 결과, 지배주주의 지분율이 적을수록 더 많은 외부주주의 참석이 필요하지만 최대 2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기업들이 먼저 독립성 및 역량을 갖춘 감사 또는 감사위원 후보를 내세우고, 이들의 선임을 위해 회사가 전자투표 제공 및 의결권대리행사 권유를 적극적으로 할 경우 의결정족수 규정을 채우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의 입장에 비추어 볼 때, 3% 의결권 제한규정 때문에 감사 또는 감사위원을 선임하지 못해 시장에서 퇴출되거나 관리종목이 될 우려도 사실상 없다.

<표> 지배주주일가 지분별 의결정족수 충족 위해 필요한 외부주주 참석 비율 (단위 : 주, %) <논평 원문 참조>

4. 반면, 재계는 섀도보팅이 폐지될 경우 상당수 회사들이 상법상 의결정족수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기 때문에 상법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발행주식총수의 1/4 이상 출석, 출석주주의 과반수 이상 찬성(특별결의는 각각 1/3 및 2/3 이상) 등 요건이 엄격하기 때문에 이를 단순하게 ‘출석주식수 과반수’(특별결의는 2/3) 이상으로 하거나 그 요건을 완화해야 하며, 3%룰에 따라 의결권이 제한되는 주식을 발행주식총수에서 제외하고 특별이해관계자의 의결권 제한규정도 폐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국회에는 단순히 ‘출석주식수 과반수’(특별결의는 2/3) 이상 요건을 두거나, 발행주식총수의 1/5 이상 출석(특별결의는 1/4이상 출석) 및 의결권이 제한되는 주식을 발행주식총수에서 제외하도록 한 상법 개정안이 발의되어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런 재계의 주장도 섀도보팅제도의 일몰이 예정된 상황에서 상장회사들이 의결정족수 확보를 위해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상황을 전제로 한 것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회사들이 역량 있는 임원 후보를 제안하고 주주총회 정상화를 위해 노력을 다한다면 대부분 의결정족수 요건을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현행 상법 규정상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정확하게 바로잡는 것은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즉, 의결권이 제한되는 주식의 경우에도 발행주식총수에서 제외하는 수준의 간단한 상법 개정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5. 섀도보팅제도는 의결정족수 확보를 위해 도입되었으나, 그 의도와는 다르게 지배주주가 주주총회 참여를 까다롭게 할 경우 오히려 경영권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전락하였다. 이에 회사가 주주들의 주주총회 참석을 권유할 유인이 크지 않게 되었고, 이는 전체 주주들의 진의가 왜곡될 가능성이 큰 지배구조상의 문제점을 남기게 되었다. 재계는 섀도보팅의 일몰에 따른 우려만 할 것이 아니라, 주주총회를 활성화시켜 명실상부한 회사 최고의 의사결정 기구로서의 역할 재정립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끝.


논평 원문(HWP)